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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의 고저장단-고저高低는 살아 있다

by 스킨필터링99 2019. 7. 12.

 

 

모두가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우리말 고저高低의 원리를 최초로 밝힌 역작!
우리말의 가락을 사랑하고 지켜온 원로학자가 밝히는 우리말의 참된 운율!


우리말에는 장단은 있어도 고저는 이미 없어졌다고 말한다. 고저가 없는 말! 세상에 그런 ‘맥 빠진 말’, 그런 ‘숨 죽은 말’이 있을 수 있을까? 고저와 장단은 호흡과 맥박과도 같은 유기적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고저만을 떼어 교육권 밖으로 내쳐진 지 이미 오래다. 이 책에서는 사라졌다고 치부되었던 우리말의 고저가 생생히 살아 있음을 밝히면서 지극히 규칙 정연한 평측平仄 고저의 원리를 보여준다. 고저는 장단만의 평면감을 넘어 입체감을 불어넣어주며 전달력을 높여준다. 우리말의 가락을 사랑하고 지켜온 원로학자가 밝히는 우리말의 참된 운율!

 


책 속에서

여기서 한 번 돌이켜보건대, 고저가 죽었다는 소문은 아니 땐 굴뚝의 연기만은 아니었다. 감기에서 와병→중병→불치→사망으로 과장된 유언비어의 소치로도 보아질 만큼, 우리말의 고저가 한때 변화를 겪은 것은 사실이다. 곧 우리말의 악센트 격인 평고조平高調가 최고조에서 한 단계 낮아져 고조로 완화된 사실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전통적 고저를 계승?현행하고 있는 경상언어권에서는 여전히 평고조가 최고조를 이룸으로써, 말씨가 규각圭角이 나고 거칠다는 인상을 주는 반면, 비경상권 언어에서는 이미 그 규각의 돌기가 다분히 마모되어 꽤나 부드럽고 매끄럽게 세련된 감을 주게 된 점이다.-<서문> 중에서
평측平仄이란 세분해 놓은 사성四聲을 그 성질에 따라 통합하여 양립하는 체계로 개편해 놓은 것의 명칭이다. 곧 ‘平’은 사성 중의 평성平聲이요, ‘仄’은 사성 중의 상성上聲?거성去聲?입성入聲을 뭉뚱그린 이름이다. 그것은 상성?거성?입성은 그 소리가 한결같이 중후하고 높은 공통 특징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들을 한데 묶어 ‘仄’으로 삼아, 이와는 대조적인 짧고 가볍고 낮은 ‘平’과 대립 개념으로 파악함이 고저장단을 논함에 있어 한결 편리하기 때문에 생긴 체계인 것이다. 사실 한자음의 고저를 운위할 때는 평측으로 족하다. 상성·거성이 상혼되어 구별하기 힘들지만 평측으로 말한다면 그 둘은 똑같은 측성仄聲이기 때문에 아무 문제도 없는 것이 된다. 시부詩賦의 율조나 한시문의 독송에도 평측으로 족하며, 한자어의 성조에도 평측의 양립체계로 족한 것이다. 또한 평측은 한자어에서뿐만 아니라, 우리 고유어의 어음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국어의 성조를 가늠하는 데 중요한 지표가 되어 오고 있는 것이다.-2부 본론 <고저장단의 개요> 중에서
측상평고조仄上平高調는 그 정황대로 말한다면 측상평고도仄上平高跳라 함이 더 실감날지 모른다. 이는 위에서 보인 바와 같이, 낮다는 평성이 높다는 측성을 만나는 순간 갑자기 긴장 앙양하여 측성보다도 더 높은 소리로 뛰어오르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와 같은 현상은 어찌하여 일어나게 되는 것일까? 이를 도보에 비유하여, 평성은 가벼운 걸음걸이로 사뿐사뿐 경쾌하게 걸어갈 수 있는 평탄한 노면이라 한다면, 측성은 노상에 우뚝 나타난 장애물이라 할 수 있다. 평탄한 길을 걷다 무심코 이런 장애물을 만났을 때의 행인은 아연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평평한 길을 걷던 그런 보조로는 그 장애물을 극복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전패顚沛의 봉변을 면키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에 취하게 되는 아연 긴장의 자세, ‘仄’을 극복하기 위하여 거의 반사적?무의식적으로 취하게 되는 이 결연한 대응 태세, 이것이 다름 아닌, 평고조 현상이 빚어지게 되는 유력한 기서機緖라 할 것이다. 이는 목전에 다닥친 장애물인 ‘仄’을 극복하기 위한 자율적 반사심리에서의 물리적?역학적 대응 자세라 할 만하다.-2부 본론 <평고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 중에서
고조에는 측고조仄高調와 평고조의 두 가지가 있거니와, 그 어느 경우를 막론하고, 한 성조단위 내에서는 측하무고조(仄下無高調 ; 측성 아래는 고조가 없다는 뜻)의 원칙이 적용된다. 곧 측성에 연접된 음절들은 모두 그 측성의 고조 산하에 들게 되므로, 다음의 측성들은 약화되어 비고비저非高非低의 상태가 되고 만다는 뜻이다. 이를 더 자세히 말한다면, ‘일단 고조된 음절에 후속되는 측성들은 평성보다는 높고, 고조된 앞의 측성보다는 낮다’라고 할 수 있다. 측하무고조의 원리는 이렇다. 측기어仄起語는 어두출발음에서 이미 고조로 발음하느라 많은 힘을 소모했기 때문에 이하 가까운 거리에서 다시 고조를 반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며, 같은 이치로, 평고조를 일으키는 平仄 구조어도 어두 어복 할 것 없이, 그 일어나는 고조 다음의 후속 음절 또한 고조를 반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니, 이는 다 생리의 자연 현상인 것이다.-2부 본론 <성조단위와 측하무고조> 중에서
고저가 약화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다음의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그 직접적 원인으로 다음과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1) 발음에 들이는 힘을 가급적 덜 들이고자 하는 자연 심리에서라 할 수 있다. 정통대로라면 이들 평고조의 높이는 평성 본연의 음고音高인 이단고二段高로 도약한 높이로서, 측고조보다도 더 많은 힘이 소모되는 발음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될 수 있는 대로 힘을 덜 들이고도 뜻이 통하는 선에서 절충한 높이, 곧 2단이 아닌 1단의 측고조 높이만큼의 높이로 타협하려는 경제 심리에 이끌리게 되었으며, 2) 15세기 이후 언제부터인지 또 어느 지방에서부터인지 확언할 수는 없으나, 아마도 서울 말씨에서 비롯됐을 듯도 한 현상으로, 연속되는 말가락을 빗가락〔傾斜調〕으로 멋을 부리는 엇가락 현상이 나타나,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말가락의 미적 장식 같은 것으로서, 또렷한 고저장단의 말가락에 얼기설기 엇가락으로 서리는 굴곡조의 선율과도 같은 부차적인 억양이 그것이다. 경상도 사람들은 이런 말씨를 경사조(京辭調?傾斜調) 또는 엇진말이라 한다. 이러한 매끄럽고 세련된 가락은 평고조의 이단고의 돌기와 서로 용납할 수 없는 마찰을 빚게 마련이어서 돌기는 서서히, 극히 서서히 마모되어 갈 수밖에 없었으니, 이처럼 1)과 2)는 상부상조하여 평고조를 측고조의 높이로 끌어내리는 데 각각 일조를 하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2부 본론 <고저는 소멸한 것이 아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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