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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영혼의 무기-이응준 이설집(異說集)

by 마이노스 2019. 7. 3.

 

 

자유롭지만 전투적이다!
그 누구의 무엇과도 비슷하기를 거부하는 아웃사이더의 이설(異說)!

 


‘아웃사이더’를 자청하는, 시인•소설가•칼럼니스트•각본가•영화감독 이응준의 산문집. “산문가도, 소설가도 아닌 ‘이설가’를 꿈꾸었다”라고 말하는 그는, 자신이 세상에 선보인 산문과 혼자 간직하던 산문 들을 정연히 모았다.


형식에서도 내용에서도 자유를 획득한 그의 산문은 다분히 격투기스럽다. 세상에 대해, 문학에 대해, 인간에 대해, 자신의 삶과 작품에 대해 뜨겁게 토로한다. 그 어조는 속삭임 같기도 하고, 사자후 같기도 하다.


작가 스스로 “백병전의 기록”이라고 명명한 이 책을, 우리는 ‘치열함’을 모토로 몰두하며 살아가고 있는 한 인간의 ‘흔적’, 또는 한 작가가 절절히 써내려간 인간과 세계에 대한 ‘해설서’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본문 내용

그리고 불현듯 가끔은, 스무 살의 내가 아직도 두렵고 괴롭지만, 무척 그립기도 하다. 어리석은 ‘그’는 얼마나 순수하고 진지했던가. 지금의 내가 얼마나 안정된 모습인지는 몰라도, 내게 남아 있는 날들 동안 결코 ‘그’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나는 기어이 스스로에게 타이른다. 이미 죽어서 없지만 바로 그 순간 태어났다는 사실과 같은 것, 스무 살은 그런 것이니까._<스무 살>에서
생이 아무리 비극적이고 그 끝이 허무할지라도, 신학자 폴 틸리히의 주장처럼, 인간은 비극이 없이는 제대로 살지 못한다. 비극은 고통스럽지만 우리를 진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고통과 염려는 다른 것이다. 고통은 인간을 강하게 하고, 슬픔을 알게 하고, 사랑하는 법을 숙고하게 하고, 겸손을 가르치고, 스스로 있게 하지만, 염려는 아무런 일도 하지 못한다. 염려는 오늘을 쑥대밭으로 유기하고 내일에 불을 지른다. 염려는 고통을 괴물로 둔갑시키고 나를 겁먹게 한다. 왜소하게 만든다. 그래서인지, 성경에는 오늘 고민은 오늘 족하다고 쓰여 있다. (…) 나여, 없는 염려를 물리치고 있는 고통을 사랑하라._<죽은 이들과의 대화>에서
왜 젊은이들을 위로하는가? 기운 차리게 해서 또 편의점에서 부려먹으려고? 이 도깨비놀음의 정점에 빅 브라더가 존재해 갑과 을을 조종하고 있다면 차라리 덜 끔찍할 것인데, 안됐지만 시스템에는 시스템과 노예밖에는 없다. (…) 이제는 이 사회라는 시스템이 젊은이들을 착취하는 것도 모자라 위로까지 기획해서 편집하고 포장한 다음 과장 광고까지 해서 장사해먹고 있으니, 과연 큰 도둑은 성인인 체하는 법이다. 청년들이여, 그대들의 영혼을 얼굴도 없는 시스템에 마케팅 당하지 마라._<위로를 거부하는 청춘>에서
이 시대에 글쓰기로 예술을 하려는 것이 얼마나 비천한 짓인지는 잘 안다. 그러나 문학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는 없어도 세상을 변화시키는 한 사람을 호명할 수는 있다. 한 마리 새가 죽으면 그 새 한 마리에게는 전 우주가 사라지듯이 한 마리 새를 노래하게 만들었다면 전 우주를 노래하게 만든 것 아니겠는가.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고 싶다._<자살의 예의>에서 
언제부터인가 나는 이 나라에서 공존을 설파하는 사람을 사기꾼으로 여긴다. 대신 나는 우리의 공멸을 걱정하는 이의 고뇌를 믿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그러한 사람이 없다. 지금 우리에게 이념이란 무엇인가? 당장 가짜 이념의 가면을 벗어던지고 우리가 우리의 병든 마음과 태도를 지성과 사랑으로 치유하지 않는다면, 곧 다가올 통일 시대의 대혼돈 속에서 우리는 이 사회와 이 나라를 잿더미라고 부르게 될 것이다._<지금 우리에게 이념이란 무엇인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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