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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신간

성게, 메뚜기, 불가사리가 그렇게 생긴 이유

by 스킨필터링99 2019. 7. 12.

 

“너는 왜 그 모양이니?”
기묘한 동물들의 특별한 형태를 만들어낸
진화 속 물리·화학·수학을 찾아서



왜 어떤 동물은 길쭉하고, 어떤 동물은 둥글까? 불가사리의 팔은 왜 하필 다섯 개일까? 성게는 왜 밤송이처럼 생겼을까? 그리고 껍데기가 딱딱한데 탈피도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성장할까? 메뚜기는 어떻게 날개를 그렇게 빠르게 진동시킬까? 조개는 무슨 힘으로 껍데기를 꽉 다물까?


90만 부 베스트셀러 《코끼리의 시간, 쥐의 시간: 크기의 생물학》의 모토카와 다쓰오가 ‘생김새의 생물학’으로 돌아왔다. 이번 책에서는 무척추동물과 척추동물을 두루 살피며 동물들이 각자의 생존전략에 따라 몸을 어떤 구조로 디자인해서 살고 있는지 보여준다. 

성게, 메뚜기, 불가사리를 비롯한 동물들은 인간 이상으로 오랜 시간동안 자기만의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해 왔다. 그들의 몸에는 오랫동안 작용해온 보편적인 물리·화학·수학적인 자연의 법칙이 담겨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진화사’라는 깊이와 ‘동물계’라는 너비 속에 자리한 인간의 위치를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책 속에서

오징어는 뛰어난 수영 능력을 갖춤으로써 몸을 감싸는 껍데기가 필요 없어졌다. 방어지향형 동물에서 운동지향형 동물로 전환한 것이다(238쪽 <극피동물은 조금만 움직인다> 참고). 오징어는 큰 외투강도 가지고 있다. 연체동물은 외투강에 신선한 바닷물을 받아들여 호흡하는데, 오징어는 이 큰 외투강을 운동에도 사용한다. 몸을 가두던 껍데기를 없앴기 때문에 외투강을 크게 부풀려 대량의 바닷물을 흡입할 수 있다. 물을 천천히 흡입한 후 외투강을 단번에 수축시켜 바닷물을 힘차게 분출시킨다. 즉, 제트 추진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수영하는 동물이나 나는 동물은 대부분 손발이나 지느러미, 날개 등 몸에서 돌출된 것을 움직이거나 (물고기처럼) 몸통을 굼틀거리는 등 신체의 일부를 움직여 주위의 물이나 공기를 밀어서 그것의 반동으로 전진한다. 이들과는 달리 제트나 로켓은 기체나 액체를 분출시키는 힘의 반동으로 전진하는데, 오징어의 모양이 로켓을 빼닮은 것은 같은 원리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오징어는 무려 시속 40킬로미터 정도의 속도를 낸다고 하는데, 이는 물고기가 전력 질주하는 속도에 필적한다(물고기가 수영하는 일반적인 순항속도는 시속 수 킬로미터이다). 오징어는 습격당하면 공중으로 튀어 오르고, 날아올라 활강하는 오징어도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결국 공중으로 날아오를 정도로 큰 가속 성능을 가졌다는 뜻이다.― 130~131쪽, 〈고속으로 질주하는 오징어〉 중

여기서 캐치catch라는 말을 설명해두자. 이것은 ‘빗장’을 말한다. 일반적인 근육을 이용하여 껍데기가 열리지 않도록 버티는 상태는, 예를 든다면 강도가 문을 무리하게 열고 침입하려고 할 때 문을 열심히 밀어서 막는 것과 같다. 이것은 피곤한 일이며 언제까지 그것을 계속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문에 빗장을 걸어서 잠가두면 문제는 해결된다. 그렇게 잠금장치를 갖춘 근육이 제동근이다.

캐치의 메커니즘은 간단한 잠금장치가 아니라 래칫ratchet에 비유된다. 래칫이란 한쪽 방향으로만 회전하는 톱니바퀴를 말한다. 톱니바퀴가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지 않도록, 뾰족한 톱니가 회전하는 반대 방향으로 올라가며 완만하게 경사져 있고, 또 톱니에 맞물리도록 톱니바퀴의 외부에 한 개의 빗장(제동장치)이 있다. 이 빗장을 제거하면 어느 쪽으로든 회전하지만 빗장을 걸면 한쪽 방향으로만 회전한다. 제동근도 껍데기를 닫는 방향으로는 움직일 수 있지만, 열리는 방향으로는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래칫으로 간주된다.

조개의 근육은 어떻게 래칫과 같은 효과를 발휘하는 것일까? 래칫의 빗장(즉, 고리에 해당하는 것)에 해당하는 것이 트윗친twitchin이라는 단백질이다. 근육의 수축은 근세포 내에 있는 미오신섬유와 액틴섬유가 서로 미끄러짐으로써 일어나는데, 트윗친은 미오신섬유에 딸려 있으며 이것이 래칫의 빗장으로 작용한다. 빗장을 걸거나 벗기는 일은 트윗친의 인산화가 담당하고 있다. 인산이 결합하지 않으면 빗장이 걸리며, 미오신섬유와 액틴섬유가 단단하게 결합한 상태로 고정된 캐치 상태가 된다. 트윗친이 인산화되면 캐치 상태가 해제된다.― 143~145쪽, 〈캐치의 분자 메커니즘〉 중
필자는 꽃잎을 활주로라고 본다. 비행기가 착륙 태세에 들어가는 시점에서는 공항이 아직 저 멀리 있어서 활주로는 짧은 직선으로 보인다. 기체의 방향과 활주로의 방향이 어긋나 있으면 선은 대각선으로 보이고, 일치하면 수직으로 보인다. 비행기는 활주로가 수직으로 보이는 상태를 유지하면서 고도를 계속 낮춰 실수 없이 활주로에 도착할 수 있다. 즉, 활주로는 비행기에게 어디를 향해 가야 하는지 알려줄 뿐만 아니라, 목표를 향해 제대로 방향을 잡았는지를 가르쳐주는 가이드 역할을 한다.

하나의 활주로는 두 방향 중 어느 방향으로든 사용할 수 있다. 즉, 180도 반대의 두 방향에서 오는 비행기를 유도할 수 있다. 그래서 다섯 개의 활주로가 방사상으로 뻗어 있으면 유도할 수 있는 방향은 10방향이다. 세 개라면 6방향이다. 그런데 네 개의 활주로가 교차되면 유도할 수 있는 방향은 4방향뿐이다. 여섯 개의 활주로라면 6방향이다. 즉, 홀수라면 그 2배의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는 반면, 짝수라면 그 본디의 수만큼밖에 유도할 수 없다. 여기에서 활주로를 꽃잎으로, 비행기를 곤충으로 바꾸어 생각하면 홀수의 꽃잎 쪽이 꽃잎당 더 많은 방향으로 곤충을 유도할 수 있고, 그만큼 수분 확률이 높아져 효율이 좋아질 것이다.

짝수로 설계하면 낭비가 발생한다. 이것은 활주로나 꽃잎이나 극피동물의 팔이나 마찬가지다. 다만 홀수가 좋다고 해도 한 개나 세 개로는 유도 방향이 너무 적을 것이다(그래서 백합과 같은 삼판화는 악까지 동원하여 외관상 꽃잎의 수를 늘리는지도 모른다). 또한 활주로가 일곱 개 이상이 되면, 바로 옆의 활주로가 너무 가깝기 때문에 멀리서 보면 활주로가 수직선으로 보이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179~180쪽, 〈꽃잎은 활주로?〉 중
해삼은 모래 위에 산다. 모래는 도처에 있고 다른 동물들이 거들떠보지도 않기 때문에 마음껏 먹을 수 있다. 해삼은 먹이 위에 사는 셈이다. 이것은 과자로 만든 집에 사는 것과 같다. 해삼은 넓은 과자 집을 독점하므로 먹을 기회를 놓칠 걱정이 전혀 없다.
그리고 해삼은 캐치결합조직이나 독을 갖추고 있어서 포식자에 대한 걱정도 거의 없다. 즉 도망갈 걱정도, 먹이를 찾아 우왕좌왕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움직인다고 해도 고작 모래를 먹는 장소를 조금씩 이동하는 정도이다. 그렇기 때문에 근육이 아주 적어도 상관없다. 덕분에 근육이 줄어들어 몸의 대부분은 자신을 보호하는 껍데기이다. 이런 것 따위는 먹어도 영양이 안 되기 때문에 해삼을 노리는 포식자는 줄어들어 해삼은 더욱더 안전해졌다.

먹을 걱정도 없고, 먹힐 걱정도 없다. 이것이 바로 천국이 아닐까? 해삼은 철저하게 에너지를 절약함으로써 지상에 천국을 실현하였다.― 236~237쪽, 〈해삼 천국〉 중
 고착성 군체는 어느 것이나 다 외골격으로 몸이 감싸여 있다. 여기서 상기해야 할 것은 외골격으로 몸이 감싸인 것은 곤충이든 조개이든 몸을 성장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이다. 이 부분을 산호나 이끼벌레는 어떻게 해결할까?

사실 그들은 성장하지 않는다. 군체를 구성하는 개충은 모두 수 밀리미터 정도로 매우 작다. 그 정도 크기로 크는 과정은 성장이라기보다는 발생이라고 할 수 있다. 곤충 역시 그렇게 몸이 작은 단계에서는 탈피하지 않는다. 이처럼 산호나 이끼벌레도 개체 성장은 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그들에게 성장은 군체로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들은 ‘외골격이 개체가 성장하는 데 큰 문제를 야기한다면 성장 따위는 하지 않겠다. 대신 개체를 계속 겹쳐 쌓아서 군체로서 성장하면 된다’는 정반대의 발상으로 문제를 해결한 셈이다.― 280쪽, 〈외골격과 성장의 문제〉 중

지지계에는 몇 가지 종류가 있으며 이를 건축에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a. 골조 구조
사지동물은 길쭉한 뼈를 조합한 골격계로 자세를 유지하는데, 이것은 기둥과 대들보를 조합하여 짓는 골조 건축에 비유된다. 이 골조에 막이나 끈으로 장기를 매달아 고정시키고, 골조 가장 외부에도 막을 쳐서 덮는다. 골조끼리 연결하는 것도 끈이다. 이러한 막이나 끈은 주로 콜라겐 섬유로 이루어져 있으며 막에는 피부나 장간막 등이 있고, 끈에는 힘줄이나 인대 등이 있다. 골조 구조는 뼈와 뼈의 접합부에서 변형이 가능하며, 긴뼈는 휘기 때문에 유구조柔構造 건물(구조물이 지진의 영향을 받을 때 지진의 힘을 약화하거나 흡수하게 한 구조 — 옮긴이)이나 사지동물과 같이 잘 움직이는 것에 적합한 구조이다.

d. 막 구조
막 구조는 부풀린 풍선과 같다. 즉, 부드러운 막으로 된 주머니 내부에 물이나 공기를 가득 채워 부풀려서 형태를 유지하는 구조이다. 도쿄돔은 공기압으로 부풀리는 ‘공기막 구조’이다. 동물의 경우에는 물이 차 있기 때문에 ‘수막 구조’이다. 동물세포도 수막 구조다. 세포막으로 된 주머니 속에 물이 가득 차 있다. 개체가 막 구조인 것으로는 지렁이가 있다. 지렁이는 체벽이라는, 막으로 된 주머니 안쪽에 체액이 가득 찬 큰 공간(체강)이 있으며, 이 속에 장기가 떠 있다. 체벽은 체강 내의 수압에 의해 팽팽하게 부푼 모양을 유지한다. 이것은 물이 힘을 떠받치는, 말하자면 물이 뼈를 대신하는 상황이며 이러한 골격을 유체골격流體骨格, hydrostatic skeleton이라고 부른다.― 297~298쪽, 칼럼 〈지지계의 종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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